현재 3~40대 이상의 연령대인 분들은 대부분 중국(특히 홍콩) 영화를 보며 자라왔을 것이다. 중화권 영화를 보면 무도가들이 하늘을 날며 현실에서는 따라 하지도 못할 동작들을 선보이며 상대방을 타격하는 것을 보여준다. 필자도 그런 중국영화들을 보며 눈이 즐거웠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다면 필자가 좋아하는 MMA에 중국 무도가들을 투입시켜보면 어떨까? 중국 무도가들이 UFC의 옥타곤을 휩쓸지 않을까?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지만 결과는...
실제로 쉬샤오둥이라는 중국격투가(본인 스스로 1류 격투가가 아니라고 했다. 당시 나이도 불혹이 넘은 시기)가 중국무술들은 허상이라고 주장했고 이에 분개한 몇몇 중국무도가들이 쉬샤오둥에게 도전했으나 모두 처참하게 패배했다.
앞서 말했듯이 쉬샤오둥은 초일류 격투가가 아니다. 그렇다고 중국의 많고 많은 무술들을 모조리 섭렵한 무도가도 아니다. 그렇다면 중국의 전통무술들은 왜 스스로 그저 그런 격투가라는 현대 MMA에게 박살 났을까?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현대 MMA는 과학적인 분석과 실전 스파링 및 상호교류로 직접 하나하나 실험해보며 극도로 실전성을 추구하기 위해 발전전되었다. 여러 가지 무술들 중에 실전에 유용한 기술들을 혼합하여 최적의 무술을 만들어낸 것이다.
원래, MMA는 종합격투기가 아닌 "이종격투기"라는 이름으로 출범되어 초창기에는 전세계의 다양한 무도가들이 출전했고 중국무술가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실전성이 없는 무술들은 도태되어 갔고 실전성이 적용된 무술(복싱, 레슬링, 주짓수 등)들만 살아남았다. 현재 MMA 선수들은 앞서 언급한 주요 무술들 토대로 종합적으로 섭렵하여 격투기 무대에 오른다. 한 가지만 잘해서는 반쪽짜리 선수로 취급받기 때문이다.
2020.08.04 - [다람쥐의 "지식" 주머니] - MMA에서 레슬링의 위상은 어느정도인가?
반면에 중국무술들은 좋게 쳐줘봤자 청나라 시절에나 먹히던 구시대적 동작이 많고 스파링으로 실전성을 키우기보다는 정신수양을 명목으로 쓸데없는 동작과 이론적인 면만 강조해 왔다. 특히, 다른 도장 및 유파와 교류가 거의 없다시피 혼자 단절된 곳에서 전해져 왔기 때문에 다른 무술에서의 변칙적인 공격에는 전해 대처하지 못한다.
영화 속에서나 선보이던 중국권법들은 대부분 창작의 산물이며 쇼에 불과하다. 이를 가지고 실전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패가 있다고 본다. 게다가 자칭 무술고수라는 작자들도 실제로는 제대로 단련되지도 않은 사기꾼일 확률이 높다.
쉬샤오둥도 이 점을 들어 중국의 전통무술들은 지나치게 미화되며 과대포장되어 있고 실전성은 전무하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무도가들의 방송 출연과 홍보영상은 모두 영화처럼 사전에 합을 맞춰 제작된 것이며 실전에서 접할 시 효용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쉬샤오둥의 궁극적인 의도는 중국무술을 싫어하고 없애버려야 한다는 것이 아닌, 중국 무술들이 현실을 깨닫고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쉬샤오둥의 주장에 따르면 종합격투기가 스스로 새로운 방식을 추구하며 급속도로 발전해 나가는 동안 중국무술들은 전통에만 매달리며 전혀 발전하지 못했다. 중국무술들을 버리라는 것이 아닌 현대 MMA처럼 꾸준히 개선하며 발전해 나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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