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의 "역사" 한마당

한 무제의 흉노 정벌기 (Feat. 곽거병)

잡지식을 다루는 살찐 다람쥐 2020. 12. 1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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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사에서 가장 두려웠던 존재는 누구일까? 아마도 역대 중국왕조를 끊임없이 괴롭혔던 북방민족들일 것이다. 거란족, 몽골족, 여진족 등 많은 민족이 있었지만 아마도 가장 오랜시간 괴롭힌 북방민족의 원조격인 '흉노족'의 임팩트가 가장 크게 남아있을 터. 물론 중국인들도 이들을 보고만 있지는 않았고 때때로는 이들을 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이에 필자는 중국인들의 대 흉노 전쟁에 대해 포스팅하려고 한다.

 

때는 기원전 3세기. 진시황은 최초로 중국을 통일했고 진시황이 이끄는 진나라는 점점 부강해져갔다. 통일국가가 초반에 부강해지는 이유는 여러 국가로 내전을 벌이다 통일국가로 변모하니 재정을 군사가 아닌 문화나 상업, 농업 생산력에 투자할 수 있어서이기 때문이다. 이때, 이것을 보고 뜯어먹을 것이 많다고 느끼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북방의 흉노족! 그들은 끊임없이 진시황의 진나라 변방을 약탈했고 급기야, 진시황은 이들을 막기위해 무려 만리나 되는 장성을 쌓을 정도였으니...

 

 

진시황때 처음 세워진 중국의 만리장성, 물론 우리가 보고있는 만리장성의 모습은 명나라 때까지도 보수, 증축작업을 진행한 모습이다.

 

그렇게 진시황은 죽고 진나라도 멸망하여 중국은 다시 초한지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절대무력의 항우가 초반우세를 잡았고 나머지가 뒤따르는 형국이었다. 항우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였는지는 필자가 일전에 포스팅한 적이 있다.

 

2020/08/17 - [다람쥐의 '역사' 한마당] - 항우의 역습, 팽성대전

 

항우의 역습, 팽성대전

한창 초나라와 한나라가 세력을 다투던 BC 205년, 현재의 쉬저우 부근에서 벌어진 유방의 한군과 초나라 군대가 맞닥뜨린 전투. 유방의 56만 군대는 항우의 팽성을 점령하였고 이에 항우는 3만의

huni1013.tistory.com

 

 

오늘날까지도 초한지를 배경으로 하고있는 게임, '장기'의 말

 

하지만 결국, 최종승자는 한나라의 유방이었으며 마침내 유방은 천하통일을 완수하며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유방: 훗! 누가 나에게 대적할쏘냐?

 

그렇게 천하통일을 이루자 유방의 눈에 가싯거리로 다가오는 이들이 있었으니.....

 

 

흉노족: 얘들아 유방이가 중국 통일했데~ 쟤네들한테 뜯으러가자!ㅋㅋㅋ

 

그걸 보고는 유방은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유방: 천하의 항우도 꺾은 내가 너네들같은 잡군들 쯤이야~ 다 덤벼! ㅋㅋㅋㅋㅋㅋ

 

하지만 흉노족은 평생을 생존과 전투에 길들여졌던, 국민 전체가 내츄럴 본 솔져들이었고 특히나 말 타면서 화살쏘는 사기캐릭터 집합체였다. 당연히 전투지휘에 탁월함이 부족했던 유방은 결국 흉노족과의 싸움에서 말려들어 백등산에서 7일간 포위된다. (항우:ㅋㅋㅋ내 그럴줄...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유방이 누구인가? 중국 대륙을 통일한 작자 아닌가? 이에 유방은 꾀를 내어 흉노족의 황후에게 편지를 보낸다.

 

"우리가 죽고 당신의 선우(황제)가 우리나라로 쳐들어오면 분명 이쁜이들부터 찾을 것이오! 중국에 잘먹고 잘사는 이쁜이들이 척박한 지대의 여인들과 비교가 되겠소? 당신의 선우는 이쁜이들한테 눈돌아갈 것이 분명한데 그럼 당신은 어떻게 되겠소? 자~알 생각해보시고 이쯤에서 포위 풀어주고 적당히 합시다!" (잔대가리 최강자!!!!)

 

이에 흉노의 황후는 (벌벌 떤 나머지) 선우를 설득하여 포위를 풀고 조약을 맺어 유방을 풀어주게 된다. 

 

선우-유방 조약

 

1. 우리 한나라는 앞으로도 흉노의 아우가 된다.

 

2. 양국간 무역을 체결하고 한나라는 흉노에게 비단, 그리고 흉노는 한나라에게 을 제공한다.

 

선우는 자기들이 형님소리 듣는다니 기분좋게 1번 조약에 도장 찍었고, 이탈리안 명품 브랜드 뺨치는 한나라산 비단을 제공받는다니 "땡큐!!!"하며 2번 조약에도 싸인한다.

 

하지만 이것은 유방의 계략이었고 장기적으로 흉노를 조지기위한 고도의 전략이었다. 일단 이 조약에 대해 분석을 해보자!

 

1번 조약은 원래 약소국이 강대국한테 쓰는 소리다. 경제적으로는 한나라가 압도하지만 현재로서는 흉노의 전투력을 당해낼 재간이 없고 그렇게 위신이나마 세우면서 훗일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2번 조약인데. 한나라는 흉노에게 한나라산 비단을 제공함으로써, 흉노가 척박한 지역에서 나는 가죽옷을 못입게 하여 더욱 한나라의 경제력에 의존하게 한다. 그리고 비단을 사는 대신에 말을 제공받는데 말은 흉노에게 있어서 그들의 삶과 같았다. 말이 없어진다는 것은 그들의 일상에 지장이 생긴다는 것이고 결국 흉노는 약화되어 분열되거나 한나라에 흡수병합 되게 하려는 고도의 전략이었다. (역시 황제는 아무나 되는것이 아니다!!!!)

 

초한전에도 그랬듯이 유방은 단기적 전투에는 약했지만 이런 장기전에는 능했고 장기적 안목도 탁월했다. 이러한 점이 유방이 항우를 꺾고 중국대륙의 지배자가 된 것이다!

 

어찌됐든 조약은 잘 성사되었고 유방 뿐만아니라 유방 사후, 그의 후손들까지도 이 조약을 잘 이행하여 차츰차츰 흉노족을 약화시켜갔다. 다혈질의 '어느 후손'이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는.......

 

 

한 무제

 

다혈질이고 성질 급한 한 무제는 매년 흉노에게 공물을 바쳐가는 것이 매우 못마땅했다. 그도 그럴것이 한나라의 국고는 쌓여가고 창고가 터질 지경인데....게다가 이미 흉노는 예전의 강성했던 흉노가 아니고 그들도 하향세를 타고 있었다. 이에 한 무제는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되는데....

 

 

 

한무제: 유방 할아버지! 당신의 계략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효과도 느려요! 제가 단번에 쟤네들 조질게요!ㅋㅋㅋ

 

그렇게 무제는 흉노를 조지기 위한 대원정에 착수한다.

 

말도 30만 마리나 구비해놨고 식량도 비축해 놓았으며 국고는 쌓여 무기는 넉넉하다. 하지만 누구를 흉노 대원정의 지휘관으로 임명할 것인가? 이에 무제는 기존의 메이저 장군들과 더불어 자신의 낙하산 2명을 사령관으로 올리는데, 이 낙하산 2명이 위청과 곽거병이었다.

 

 

위청과 곽거병

 

위청은 한 무제의 첩(나중에는 황후로 승격)의 오빠였고 양치기 출신에 머슴이었다. 신분도 변변찮고 성격도 조용조용해서(초상화를 보면 역시!) 대장군의 자질이 의심스러웠으나 인품도 좋고 지휘능력도 탁월하여 어느 병사나 장교들도 위청 밑에서 일하고싶다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곽거병도 위청의 조카에 18살에 처음 낙하산으로 부임하여 전투에 참전한다. 근데...이놈은....중국 역대급 물건이었다....

 

1차 원정때는 준비가 덜 된 탓인지, 경험이 적었던 탓인지 한나라 군대는 흉노에게 대패를 하고만다. 그나마 위청만이 소소한 전과를 올렸고 당시 곽거병은 너무 어려(16살) 참전도 안한 시기였다. 그렇게 해서 한 무제는 위청을 총사령관으로 발탁한다. 그리고 이후 7차례의 원정에서 위청이 총 지휘를 이끌게되고 이후에는 곽거병도 예하부대장으로 출전한다.

 

둘의 차이점이라면, 위청은 균형가 조화를 맞춰가며 단계적으로 밀고 올라가 적을 조여가는 타입이라면 곽거병은 지극히 유목민족스러운 전략으로 적의 후방부터 조져놓는 타입이었다. 이게 과감하다고도 하고 무모하다고도 하는데 곽거병의 곁에는 '전쟁의 신'이 늘 그를 도왔다. 

 

18살에 기병 800명을 이끌고 흉노군 2000명을 궤멸시켰고 식읍(자체적으로 세금을 징수할 수 있는 권한) 약 1600호를 받았는데 곽거병 왈!

 

 

 

곽거병: 흉노가 아직 설치는데 식읍이 뭔 소용? 다 조져버릴거야!!! (전쟁을 위해 태어난 사나이)

 

그렇게 곽거병의 원맨쇼가 시작된다....

 

21살에 대장군 바로 다음자리인 표기장군에 임명, 농서에서 1만여명을 이끌고 다섯부족을 모조리 격퇴! 죽이거나 사로잡은 사람만 8천여명이다. 이후, 공손오의 협공부대가 제 시간에 도착하지 않자 홀로 진격하여 기련산에서 3만명을 참수시키고 흉노 관할지역 깊숙히 들어가 보이는 흉노족들을 족족 조진다. 심지어 곽거병에게 투항하는 흉노도 있을 정도!

 

한나라의 기린아의 불꽃은 막북전투에서 끝을 모르고 타올랐는데 위청은 흉노 선우와의 전투에서 대승했지만 선우를 놓쳤고 그 사이, 곽거병은 우주를 뚫을 기세로 진격하는데....

 

 

곽거병의 진격로

 

현재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까지 진격했다. 그렇게 흉노 선우 주변의 근신을 비롯, 죽이거나 사로잡은 흉노의 숫자가 7만명이 넘었다고 한다. 심지어는 흉노의 땅 한복판에서 거창하게 제사까지 지냈다고......

 

그러면 곽거병은 저 먼 거리, 고비사막을 넘어 러시아땅까지 오면서 보급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이건 더 어이없는데 그냥 흉노 식량 뺏어서 해결했다고 한다. 유목민족을 털려면 유목민족처럼 싸워야한다는 진리. 

 

곽거병이 승승장구하는동안 위청은 선우를 놓쳤다는 이유로 대우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야속하게도 사람들은 모두 곽거병에게 붙었으며 곽거병의 미래에는 꽃길만이 기다리고 있는듯 했으나.....

 

 

곽거병의 묘

 

하늘이 그를 질투한 것일까? 이제 그의 곁에 전쟁의 신은 있을 필요가 없어졌고 곽거병도 그렇게 24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일설에는 흉노가 독을 탄 호숫물을 마시고 죽었다고 한다.

 

어찌됐든 흉노와의 전쟁은 끝났고 위청도 이제 나이가 많아 더이상 전쟁에서 활약하지 않고 여생을 마감한다. 흉노와의 오랜 전쟁으로 한나라는 별 이득도 없이 국고만 바닥났고 흉노족도 예전의 영광을 회복하지 못한 채, 분열되어 서쪽으로 옮겨갔고 그렇게 훈족이 되어 유럽을 공격! 게르만 족 대이동의 원흉이 되기도 했다.

 

유방이 흉노 정벌기를 보면 뭐라고 생각했을까? 내 원한을 단번에 복수해준 내 후손 우쭈쭈....이랬을까? 아니면 정신차리고 내 말 들었어야지! 라고 따끔하게 충고했을까? 한 무제의 자존심때문에 벌어졌고 별 소득없이 끝난 전쟁이었지만 이 엄청난 흉노 정벌기로 인해 한 무제는 현재까지도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황제 중 한명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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