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가 낳은 가장 위대한 혁신가,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췌장암으로 타계했다. 강력한 리더십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애플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기업 중 하나로 만들었고 그가 없는 애플에서 차기 CEO가 누가 될지에 대해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대부분의 의견으로, 잡스가 없는 애플은 앙꼬없는 찐빵이라며 이제 애플의 운명도 다 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렇게 애플의 CEO는 '그 남자'가 이어받게 되는데...
오잉? 잡스와 같은 혁신가도 아니고 조나단 아이브같은 디자인 담당도 아닌 웬 듣보잡 아저씨가 바통을 이어받아 애플의 수장이 되었다. 그렇게 애플의 영광은 저물어가나 했고, 역사 속에 사라진 수 많은 기업들처럼 애플도 사라지나 싶었으나...
잡스가 타계한 2011년 이후에도 꾸준히 성장하여 현재는 전세계 시가총액 1위, 게다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초대형 우량기업으로 성장하였다. 게다가 과거 아이폰 판매량에 의존하던 매출구조에서 사업 다각화를 통해 현재는 단순 핸드폰, 컴퓨터와 같은 하드웨어 제조업체가 아닌 전형적인 '플랫폼 기업'으로 우뚝서게 되었다. 그리고 그 역할에는 애플의 수장 팀 쿡의 공헌이 컸다.
팀 쿡은 혁신가도 디자이너도 아니다. 바로 SCM, 즉 공급사슬관리 전문가이다. 과연 이 SCM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대하길래 잡스는 SCM 전문가인 팀 쿡을 차기 후계자로 지명한 것일까? 살찐 다람쥐가 애플의 성공에 빗대어 SCM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SCM은 Supply Chain Managment (공급망관리)의 약어로서 원자재 - 부품 공급업체 - 생산업체 - 도매업체 - 소매업체 - 소비자로 이어지는 전체 공급망을 최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각 단계별 공급망이 서로의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한 채, 제각기 움직이면 기업의 시스템은 붕괴되고 만다. 수요는 급증하는데 재고부족이 발생하면 소비자는 바로 물건을 수령할 수 없기에 해당 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수요는 적은데 재고가 과다하게 발생하면 관리비용만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다. 1995년에 애플은 이러한 SCM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에 잡스는 SCM 전문가로 손꼽히던 팀 쿡을 영입하여 애플의 SCM 관리를 맡긴 것이다.
애플에 입사하자마자 팀 쿡은 SCM에 과감하게 손질하기 시작했다. 애플의 창고 재고를 70일 수준에서 30일 수준으로 대폭 낮췄으며 납품업체 수도 기존의 100개에서 24개로 줄여 관리의 효율화를 극대화했다. 애플은 다시 흑자로 전환되었고 SCM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성장시켜 현재는 세계 최고 수준의 SCM 관리 체계를 자랑한다.
애플의 재고 보유량은 5일 정도인데 또다른 SCM의 세계 최고의 강자, 델이 10일이며 삼성전자가 21일인 것을 감안하면 애플이 얼마나 SCM 능력이 탁월한 지를 알 수 있다. 물론 애플이 소품종 대량생산 체계라 SCM에 유리한 면이 있지만 그것 때문에 폄하되어야 할 정도는 아니다.
혹자는 말한다. 애플의 진정한 혁신은 월등한 제품의 품질도 아닌, 감성(갬성)을 자극하는 디자인도 아닌 바로 이 'SCM' 이라고. 개별 분야에 특화된 능력이 아닌 전체적인 시스템을 꿰뚫는 안목이야말로 애플이 한 시대를 풍미한 역사속의 기업이 아닌, 영속적인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거듭나는 본질적 핵심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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