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의 "지식" 주머니

베네수엘라에는 '미녀사관학교'가 있다고?

잡지식을 다루는 살찐 다람쥐 2021. 2. 21.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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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미녀들이 많기로 유명한 나라들이 있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벨라루스 등등(살찐 다람쥐는 한국이라고 생각하지만..). 하지만 미녀 왕국에 대해 객관적인 척도는 얼마나 많은 '미스 유니버스'들을 배출했느냐에 따라 달렸다. 

 

Gabriela Isler, Miss Universe 2013

물론 미스 유니버스 우승자 최다 보유국은 미국(8명)이다. 하지만 주최 스폰서가 대부분 미국 기업이고 엄청난 자본규모와 인구를 감안해야 한다. 그럼 두 번째로 우승자가 많은 나라는? 놀랍게도 남미의 인구 2800만의 작은 나라(땅 크기 말고 인구!), 베네수엘라이다. 마지막으로 배출한 2013년도까지 무려 7명이나 이 베네수엘라에서 나왔으며, 이 남미의 작은 나라는 미녀 왕국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2013년도 이후에는 무슨 일이? 경제난???)

 

Vanessa Goncalves, Miss Venezuela 2010

그런데 이런 미스 유니버스 최다 배출국 타이틀에는 엄청난 미녀양성 시스템이 있다는 사실! 심지어 미녀 양성 사관학교도 있다고 하고 여기에 입교하기 위해 수많은 베네수엘라 여성들이 경쟁한다는 사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가슴 아픈 사연도 있다는 사실! 오늘 살찐 다람쥐가 이 베네수엘라 미녀 사관학교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미녀 양성학교

물론 인종적으로 타고난 영향도 없지 않다. 베네수엘라는 과거부터 스페인 식민지로 백인 비율이 높고 원주민들과의 혼혈이 많아 미인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금의 베네수엘라를 미녀왕국으로 만들어낸 비결은 이 양반의 공헌이 적지 않다.

 

오스멜 소사

미스 베네수엘라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양반은 '살아있는 바비인형 제조기'로 불린다. 역대 미스유니버스 출신 베네수엘라인 7명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갔으며 그 역시 자신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아름다움'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오죽했으면 이런 말까지 남겼겠는가?

 

"내면의 아름다움이란 없다! 다 못생긴 것들의 자기 합리화일 뿐이다!"

 

한국이었으면 맞아 죽을 발언을 저렇게 서스름없이 하지만, 머 베네수엘라를 미녀 왕국으로 널리 알린 데에 공이 크다고 하니 뭐;

 

아무튼 그는 '라 킨타 미스 베네주엘라 아카데미' 즉 '미녀사관학교'라고 불리는 곳을 설립하고, 이 곳에는 매년 17~25세 사이의 수 천명의 지원자들이 몰린다고 한다. 10세 미만의 여자아이들도 지원한다고 한다.

 

워킹 연습하는 베네주엘라 어린이

이 사관학교의 커리큘럼은 다음과 같다. 나이 별로 나뉘어지며 약 6개월 코스로 진행된다. 매일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연기, 안무, 포즈 취하기, 영어, 인터뷰 스킬, 메이크업, 워킹을 일대일로 지도한다고 한다. 철저하게 '미의 여왕'이 되기 위해 무장시키며 식단관리도 매우 엄격하다.

 

몰래 도시락 까먹으면 퇴출!

성형도 기본이다. 눈, 코, 가슴, 지방흡입 등은 당연히 해야되는 필수 코스다. 필자가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수많은 베네수엘라 여성들이 이 사관학교에 입교하기 위해, 또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렇다면 왜? 베네수엘라 여자들은 이 미녀대회에 집착하고 미녀사관학교에 가려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베네수엘라의 극심한 빈부 격차 때문이다. 엄청난 석유 산유국이지만 좌파 정권의 잘못된 정책으로 가난한 국가로 전락한 지는 오래됐고, 국민의 90%가 극빈층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절망에 싸인 국민들에게 '단 하나'의 계층이동 사다리가 존재하는데 그것이 바로 '미녀 대회'인 것이다.

 

베네수엘라 미인대회

실제로 1981년 미스 유니버스 수상자 이레네 사에즈는 1992년에는 시장에 오른 뒤, 1998년에는 대선 출마까지도 했다. (물론 챠베스에게 쳐발렸지만;;)

 

이레네 사에즈

이 때문에 베네수엘라에서는 어느 나라보다 미인 대회 시청률이 높고, 미용 관련 산업이 발달했다고 한다. 미인이 되고 싶어 하는 심리는 동서고금 막론하고 흔한 일이지만 저기는 부와 명예와 생존이 달린 문제이니.

 

필자는 2013년도에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미국 동남부에 위치한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주로 있었고, 인턴십 때문에 뉴욕에도 4개월가량 거주했다. 이때 베네수엘라 학생들이 많이 넘어왔는데, 미국으로 공부하러 온 학생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풍족했으며 정치적 이유로 현지 부모들이 보낸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미국으로 넘어 올 형편이 안 되는 베네수엘라 학생들은? 어떻게든 베네수엘라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들은 그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하나뿐인 사다리를 잡기 위해 그렇게 미인 양성소에 얽매이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미인 왕국으로 명성을 드높힌 베네수엘라. 그 이면에는 베네수엘라 인들의 아픔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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