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의 "역사" 한마당

임진왜란때 끌려간 도공들, 친일파가 되었다고?

잡지식을 다루는 살찐 다람쥐 2021. 2. 13.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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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2년, 일본의 부산 침공을 시작으로 정유재란까지 약 7년간 조선 & 명 연합군과 일본의 전쟁이 이어졌다. 우리에게 이 7년간의 전쟁은 황폐함 만을 남겼고 전쟁 중에 엄청난 수의 고아와 유랑자들이 빈곤에 허덕였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일본은 이 7년간의 전쟁을 '세라믹 워(Ceramic War)', 즉 '도자기 전쟁'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 전쟁을 계기로 일본은 세계적인 도자기 생산국으로 거듭나고 지금까지도 세계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과연 그 원인은 무엇일까? 살찐 다람쥐가 알아보았다.

 

도쿄 국립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도자기

15세기 이전까지 세계적인 수준의 도자기를 생산할 수 있었던 나라는 단 두 나라, 명나라와 조선이었다(베트남도 꽤나 도자기 강국이었다는 말도 있다.). 특히 조선의 경우, 중국에서도 알아줄 정도로 품질 좋은 도자기를 생산했다는데 다음 사진들을 통해 우리의 도자기들을 감상해보자!

 

고려청자
조선 백자

이런 도자기들을 생산하던 실력좋은 도공 수 백 명이 임진왜란 때 강제로 끌려가게 되고 각 지역의 영주들에 의해 잡혀가게 된다. 도공들은 고향을 그리워하며 슬픔에 잠긴 채, 비참한 노예생활을 하는 듯했다. 그런데...

 

인정받는 능력자

이게 웬걸? 조선의 사농공상 시스템 하에서 천대받던 도공들은 일본에서 기술자로 사무라이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 것은 물론, 각 지역의 영주들은 조선의 도공들을 귀인 대우하며 서로 모셔가려고 했다. 도공들은 이들 영주들의 지원 아래 자신들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고 일본 도자기 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급부상한다. 일본인들은 이들 조선의 도공들을 기리는 추모비까지 세우고 신으로 모시고 있다고 한다.

 

도공 이삼평의 기념비
조선 도공: 믿느뇨?? ㅋㅋ

훗날, 전쟁이 끝나고 조선-일본 간의 포로송환조약이 체결되었다. 1617년 종사관으로 일본에 다녀온 이경직은 포로들에게 조선으로 돌아가자고 하자 조선인 포로들은 이렇게 답한다.

 

싫어! 안갈래!!!

일본으로 끌려올 당시, 빈 손으로 왔던 도공들은 영주들의 지원 아래 상당한 부를 쌓았고, 앞서 말했듯이 사무라이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조선으로 돌아가면? 분명 천대받을 것이 분명하며 심지어는 조선에 복귀한 도공들 중에는 일본에 부역했다고 곤장까지 맞고 도로 일본으로 돌아온 사람도 있다고 한다. (물론, 이경직은 조선에 돌아가지 않으려는 포로들을 보고 황당해했다고 한다.)

 

일본에서 이런 대우를 받다가.

 

조선에서 이런 취급을 받는데 누가 가고 싶겠는가?

 

그렇게 대부분의 도공들은 일본에 남게되어 도자기 산업의 르네상스 시대를 맞게 하였고, 일본은 서양과의 교역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았다. 일본은 이렇게 쌓은 부를 바탕으로 서구 근대문물을 일찍 받아들여 다른 산업들의 엄청난 발전을 가속화시켰고 그 결과..

 

경술국치

살찐 다람쥐 평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이에게 끌리기 마련이다. 자신을 기술자로서 인정해주는 영주, 자신을 기술자로서 천대시하는 양반들. 여러분 같으면 어느 쪽에 더 끌리겠는가? 조선이라는 나라는 이런 사농공상의 관념 하에 기술자를 천대하는 사회적 시스템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300년 뒤에 일본에 나라를 내줬다.

 

역사는 반복된다 했던가? 조선을 병들게 했던 사농공상의 관념은 지금까지도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퍼져있고 기술자(엔지니어 & 연구원)들은 현재도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임진왜란 때 일본에서 돌아오지 않은 도공들처럼,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학자 & 학생들이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으로 나가 돌아오지 않는다.

 

최근에는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에서 중국 기업들이 기술자들을 스카우트해간다고 한다. 그리고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우리의 기술력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과거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던 우리의 도자기 산업의 헤게모니를 일본에 내줬듯이, 현재의 반도체 산업의 헤게모니를 중국에 내주지 않으려면 우리 사회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기술자들을 대우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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