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의 "인물" 탐구실

한국사의 소드마스터, 척준경의 여진 정벌기

잡지식을 다루는 살찐 다람쥐 2020. 11. 23.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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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 시간에 척준경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대금 온건파이던 이자겸과 손 잡고, 반란을 일으키다가 등을 돌려 역으로 반란을 진압했지만, 후에는 정지상의 탄핵으로 자신도 쓸쓸히 유배길에 오른 그 사람 말이다.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은 이 때문에 한국사에 나오는 많고 많은 반역자로만 알고 있으며 외세에 대해 진취적이지 못하고 소극적인 인물로만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여진족을 상대로 엄청난 전공을 쌓은 전쟁 영웅이라면 믿겨지는가? 그것도 전투 하나하나가 헐리우드 히어로물 영화 저리가라 할 정도로....그리고 배신의 아이콘으로 알던 그가 사실은 의리를 위해 목숨도 거는 상남자라는 사실...오늘 살찐 다람쥐는 한국 역사상 최강의 무사, 척준경에 대해 포스팅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척준경의 모델 캐릭터로 활약한 배우 '공유'분

 

척준경은 황해도 곡산에서 하급 향리의 아들로 태어났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학문에는 뜻이 없었는지, 아니면 적성에 안맞았는지, 무뢰배들과 어울리며 힘 꽤나 쓰며 지냈던 것으로 보인다.( 역시 떡잎부터... ) 아버지의 직책도 받을 생각도 없었으며 그렇게 척준경은 떠돌이 신세를 전락하며 한량으로 세월을 보내게 된다.



그러다가 문종의 3남 계림후 왕희에게 잘보여(샤바샤바) 그의 밑으로 들어갔고, 계림후가 숙종으로 즉위하자 추밀원의 남반으로 공직생활을 하게된다. 그러던 중, 척준경에게 한 편의 영웅 서사시를 쓸 미래가 다가오고 있었는데....


 

여진족(혹은 만주족)



척준경의 나이 43세 되던 해, 여진족이 정주성에 침입했고 고려군은 전면 패주의 위기에 빠졌다. 우리의 말단 병사 척준경은 당시 총사령관인 임간에게 이렇게 요구했다고 한다.


"말 한 필과 무기를 주십쇼! 저 놈들 쓸어버리겠습니다!"


임간 입장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요구였겠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척준경은 적장 2명을 잡아내고 여진 추격대를 뿌리치게 된다.


 

쟤 누구니????



아마 그날 이후로 척준경이라는 존재는 임간의 머릿 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척준경의 심정은...


 

 

잘난 척



그렇게 대활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이 잘못되었는지 척준경은 어느날 갑자기 투옥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아마 척준경의 말도 안되는 전공에 대해 누군가가 시기 질투해서 죄를 뒤집어 씌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던 중에 별무반 창설자이자 동북 9성 축조의 아이콘이던 윤관이 척준경에게 다가와서 한마디 남기는데...


 

윤관: 나와 함께 하는게 어떤가? 자네 복직도 시켜주고 봉급도 두둑히 주겠네...



그렇게 둘의 여진 정벌기가 시작된다.




별무반의 여진 원정로

 

첫번째 석성전투에서 윤관이 이끄는 별무반은 석성에서 버티는 여진족들에게 꽤나 고전하였다. 이때 척준경이 나타나 홀로 성벽에 올라 추장 3명을 보내( 담가버리고 ) 사기를 드높이고, 고려군은 마침내 석성을 함락시켰다.



이후, 승리에 취한 윤관은 깊숙히 침투하다가 여진의 기습을 받고 포위되는데, 이를 본 척준경은 윤관을 구출하기 위해 10명의 특공대와 함께 윤관을 구출해낸다. 이때 윤관 왈!



윤관: 너는 내 자식이다. 너도 날 아버지처럼 생각하거라!



윤관은 패잔병을 수습해 영주성으로 물러났는데 이때까지도 여진의 공세가 계속되었다. 식량은 떨어져가고 다른 장수들은 계속 농성으로 버텨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척준경 왈!


 




척준경: 나 혼자 다 쓸어버리갔어!!!



역시나 결사대와 함께 장수 19명을 처리하며 여진족을 내쫓았고, 성 안에 들어와 개선한다. 윤관은 척준경에게 다가와 절을 하였고 척준경 역시 맞절하며 눈물을 흘린다. 이렇게....




공험진에서도 권지승선 왕자지의 군대가 여진족에게 기습을 당해 왕자지의 말까지 잃어버렸으나 척준경이 달려와 여진족을 쓸어버리고 왕자지에게 말까지 노획하여 선물하게된다.


 

가져라! 니꺼야!



웅주성에서 고려군은 여진의 공격을 받았는데 웅주성을 지키던 최홍정은 척준경에게 포위를 뚫고 나가 구원군을 이끌어 달라고 했다. 이에 척준경은 단신으로 포위망을 돌파한 후, 고려 국경인 정주까지 달려가 구원군을 이끌고 여진을 격파하여 웅주성을 구원한다.


이 전투 이후에도 함주와 영주에서 여진의 기동대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다. 전쟁 전체적으로 보면 고려군은 갈라수 전투에서 대패하는 등, 성과가 좋지 못했으나 오로지 척준경 혼자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찍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여진과의 전쟁은 끝이 났고 홀로 캡틴 아메리....아니 캡틴 고려 급의 활약을 한 척준경의 미래는 다음과 같았다.


 

초고속 승진



하지만 이랬던 척준경도 전쟁의 참혹함에 질려버렸는지, 전쟁 영웅임에도 불구하고 이후에는 여진족들이 세운 금나라에 대해 대금 강경파였던 묘청과 정지상과 달리 대금 온건파로 돌아서게 된다. 실제로 전쟁 영웅들이 정치판에서 전쟁 온건파로 돌아선 경우는 동서고금 막론하고 매우 많다고하며 전쟁 얘기를 꺼리며 후유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고 한다. 일전에 역사상 최강의 스나이퍼이면서 자신의 전공에 대해 대부분 함구하며 시골에서 조용히 여생을 보낸 핀란드의 저격수 시모 하이하에 대해 포스팅 한 적이 있다.


2020/11/01 - [다람쥐의 '인물' 일대기] - 겨울 전쟁의 하얀 사신, 시모 하이하



그가 믿고 따를 수 있었던 상관들인 윤관과 오연총은 세상을 떠났고 이제 그의 곁에는 그를 주무르며 이용하려드는 권신이자 간신, 이자겸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그는 이자겸과 손을 잡고 정치판에서 정2품까지 오를 정도로 승승장구한다. 그러나 이것은, 이자겸 자신의 야욕을 채우기 위한 달콤한 유혹일 뿐이었고 그의 미래에는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었다. 커스 다마토를 잃고 돈킹과 함께하는 폭주하는 마이크 타이슨 같은 분위기랄까???


2020/07/11 - [다람쥐의 '인물' 일대기] - The Iron Man, 마이크 타이슨



 

돈킹과 함께 돈 맛에 빠져버린 타이슨(좌)과 커스 다마토와 함께 훈련에 매진하는 타이슨(우)



이자겸과 함께 반역을 일으켰지만 인종의 회유로 정신을 차렸는지 역으로 이자겸을 처리하고 유배보낸다. 하지만 자신도 도 정지상의 탄핵으로 유배를 가는데 훗날 인조의 용서로 복권되었지만 공직에 복귀하자마자 등창으로 사망하게된다.


전형적인 무인 상에 의리의 사나이였던, 하지만 훗날 동반자를 잘못 만나 나락에 빠지며 역사의 반역자로 이름을 남긴 남자 척준경. 하지만 그의 무용만큼은 당대, 아니 한국사 최강으로 평가받으며 자칫 총사령관 전사에 별무반 궤멸로 이어질 전쟁을 혼자서 하드캐리 한 말도 안 되는 전설적인 무쌍을 찍은 남자로 역사에 기록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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