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로 이루어진 최강 부대, '은방패병단'에 대해 아시나요?
필자는 현대 한국인들 평균 입대 나이(20~21세)보다 늦은 23세 1월에 입대해서 24세 12월에 전역했다. 복무를 해보니 병사의 평균 연령은 20대 초반이고 직업군인들은 20대 중후반이 많으며 전투력이 정점에 이르는 중사 중후반 ~ 상사의 경우는 30대가 대부분이었다. 필자의 현재 나이가 35세이니 당시 30대 중반 정도되는 부사관들은 우리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짬과 전투력의 보유자들이다. 그리고 30대 후반에서 40대 정도 되면 상사 후반 ~ 원사쯤 되어 관리자 역할을 맡게 되고 50대쯤 되면 전역을 하게 된다. (이것도 장기 복무가 가능한 부사관 한정이다.)
그런데 부대원 전원이 60대 이상, 심지어 70대인 병사도 복무한 부대가 있다면 믿어지는가? 그것도 육체적 능력이 중요시되는 고대에? 복무 정도가 아니라 당시 최강인 마케도니아에서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던 무적의 노인부대가 있었다고 한다. 그 이름은 '은방패병단'. 오늘 살찐 다람쥐는 이 '은방패병단'이라는 노인부대에 대해 조명해보고자 한다.
노인들로 구성된 은방패병단
Argyraspides, 은방패병단은 마케도니아 왕국의 필리포스 2세(그 유명한 알렉산더 대왕의 아빠!)가 처음 창설하였고 필리포스 2세를 따라 전장을 누비며 최정예부대로 대우받았다. 그리고 필리포스 2세 사후, 아들인 알렉산더 대왕 휘하에 들어오게 되는데...
영화 '알렉산더'에서 알렉산더 대왕
역시나 알렉산더 대왕의 원정길에서도 그들의 용맹은 하늘을 찔렀고 알렉산더 대왕은 아버지 때부터 전장에서 구르던 이들에게 존경을 표하며 방패에 은을 발라주었고 이때부터 '은방패'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은방패병단에게는 특징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나이가 60을 넘긴, 당시로써는 굉장히 고령의 노인들로 구성된 부대였다는 것이다. 대부분 60대였고 심지어 70이 넘은 부대원들도 있었으며 60세 미만은 한 명도 없었다. 근력이 중시되는 고대 군인들에게 평균 수명을 웃도는 노인들이라...그런데도 당대 최강의 전력과 용맹을 자랑하는?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사진자료 = 짬밥(군대리아)
그렇다. 전장을 누빈 오랜 노하우이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용기와 기술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고 특히나 은방패병단은 장창부대로서 40년을 전장에서 보낸 이 부대원들은 장창술에 대해서는 거의 도가 튼 사람들로만 구성되었었다. 다른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두려움을 떨쳐내며 전투를 치렀지만 이들에게는? 그저 자신들이 겪은 많고 많은 전투 중의 일부일 뿐....
당시 최강의 용맹을 자랑하던 '은방패병단'
하지만 이들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욕심과 오만함이었다. 많은 특권과 전리품도 챙겼고 부대원 한 명 한 명이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었으며 투덜거림이 심하여 알렉산더에게 처형당한 이가 있을 정도였다.
알렉산더 대왕이 갑작스럽게 죽고 에우메네스와 안티고노스와의 최후의 내전이었던 가비에네 전투에서 이들의 명성은 극대화된다. 당시 은방패병단은 에우메네스의 편에 속했는데 내전에서 에우메네스의 좌익 기병이 박살 났고 전황은 안티고노스 쪽으로 흘러가는 듯했다. 하지만 중앙에 위치한 은방패병단이 상대편 중앙을 압도적으로 박살 내면서 전투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는 데 성공한다. 심지어 은방패병단의 사망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고 상대편 5000명을 죽였다고 한다.
문제는 안티고노스가 전투 중, 후방을 기습해 은방패병단의 전리품(+포로로 잡힌 부녀자 포함)을 탈취. 빡친 은방패병단은 안 그래도 이방인 출신이라 무시하던 에우메네스를 적에게 팔아넘겼고 전리품을 돌려받았다. 그렇게 해서 헬레니즘 제국의 통합을 위해 싸우던 에우메네스 사후, 제국의 분열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이제 은방패병단을 흡수한 안티고노스는 강한 전력을 가졌지만, 말도 쳐 안 듣고 언제 뒤통수칠지 모르는 은방패병단의 처리 문제에 대해 골머리를 앓았다. 결국 한 명 한 명 외각 오지로 보내 좌천시켰고 2년 안에 모조리 숙청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은방패병단에게 얻는 교훈
- 한 가지 일에 파고들면 달인이 된다.
- 과도한 욕심은 금물
- 오만해지지 말고 겸손해질 것
- 예나 지금이나 정치인(안티고노스) 말은 그대로 들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