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동화로도 유명한 '평강공주와 바보온달' 이야기가 있다. 우선 전래동화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공주(평강공주)가 매일같이 울면서 찡찡대자 임금님(평원왕)은
"너 자꾸 울면 바보 온달한테 시집보내버린다! ㅋㅋㅋㅋ"
(평원왕도 장난기 가득한 임금님이었던 모양?)
평강공주: 울음 뚝!
공주가 울때마다 임금님은 이 방법을 써왔고 어느덧 평강공주가 결혼을 할 나이가 되었다. 임금님은 고위 귀족 중에서 딸을 시집보낼 상대를 찾았으나 평강공주 왈!
평강공주: 여태까지 온달한테 시집보낸다 해놓고???? 온달한테 시집 안보내면 나 나갈거야!!!!!!!
그렇게 평강공주는 온달에게 시집을 갔고 바보온달은 멍미? 하면서 황당해했지만 끝내 결혼하게 되었다. 공주가 가져온 예물을 팔아 가정을 꾸렸으며 공주에게 글과 무예를 배워 장군감으로 성장해갔다.(공주도 무예에 일가견이 있었던 모양?)
그러던 어느날, 고구려의 무예 콘테스트에 참여한 온달은 뛰어난 기량으로 우승을 차지했고 온달의 모습을 본 평원왕은 자신의 눈을 사로잡은 이 남자에게 관심을 가졌다.
평원왕: 쟤 누구니? 실력 쩐다.
신하: 님 따님과 결혼한 사위인데요?
평원왕:......................
처음에는 그래도 온달을 사위로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온달이 전쟁에서 쌓은 전공도 점점 올라가고 명성도 쌓여가며 고구려에 전역에 이름을 떨치자 마침내..
평원왕: 어서오게 사위!
왕의 부마(사위)로서 또한 고구려의 영웅 중 한명으로 승승장구하게된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평원왕 승하 후, 평원왕의 장남 영양왕이 즉위하였고 이와 동시에 고구려의 옛 영토를 회복하는데 박차를 가하자 온달 왈!
온달: "한강 상류 지역을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못찾아오면 살아서 돌아오지 않겠습니다."
라고 영양왕에게 멋지게 사망플래그를 날려주었으나 아차산성에서 장렬하게 전사하고만다. 시신은 고구려로 옮겨졌고 관을 이동시켜야하는데 관이 움직이지 않자 평강공주가 "편히 가세요!" 한 마디 하자 관이 움직였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알고있는 평강공주와 바보온달 이야기이다. 그런데 정말 바보온달은 바보였을까? 우리가 알고있던 바보(저능아)가 맞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비하적인 표현이 아닐까? 한 왕국의 임금님도 알 정도면 보통 바보였을까? 현대로 치면 재벌가 따님이 노숙자랑 결혼한 스토리인데 이는 21세기인 지금도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살찐 다람쥐가 이러한 설에 대해 조명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1. 사실 온달은 하급 귀족출신인 신흥 세력이다.
중국 후주와의 전쟁에서 선봉에 서서 격퇴를 하고 당시 고구려군의 아이콘으로 승승장구하던 온달이 받은 관직은 '대형'. 12관등 중 6관등이다. 이는 엄청난 전쟁영웅이 받기에는 너무나 낮은 직위로 이를 보아 온달은 하급 귀족출신인 것을 알 수 있다.
당시에는 왕권이 탄탄하지 못한 시기였고 국내성계 관리들의 힘이 막강했기 때문에 평원왕은 그들을 누르고 신흥세력을 키워 왕권을 강화하고자 온달을 등용시켰다는 것이다. 물론 기존의 보수 세력들은 이를 못마땅하게 여겼고 울보 공주와 바보 사위라는 프레임을 씌어 조롱하고자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2. 온달은 남방계 세력 출신이다.
사실 고구려는 다민족 국가이고 북방계 세력과 남방계 세력간의 끊임없는 내전이 벌어졌다. 당시 평원왕 시기, 북방 지역은 거란족, 돌궐족 등 타 부족들과 잘 어우러지며 전쟁에서도 승승장구하여 영토보전을 잘 했다. 하지만 남방 지역의 경우 신라에게 한강 하류지역까지 모조리 뺏기며 수도 평양성이 국경에 가깝게 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자연스레 남방계 세력은 약해지고 북방계 세력만 강해지며 힘의 균형이 깨졌고 이것이 왕권 약화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 남방계 출신 온달이 나타나 고구려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하여 북방계 장수들도 두려워하는 중국 후주도 때려잡고 신라도 때려잡아 남방지역 영토도 넓혀주어 부족간 힘의 균형도 맞춰주는 것이 아닌가?
왕권을 자동으로 강화시켜주는데, 왕의 입장에서는 안 이뻐할수가 없을 것이다. 물론 북방계 세력에겐 눈에 가시같은 존재이나 전쟁영웅이니 대놓고 어찌하진 못하겠고 바보라는 소문만 내어 전래동화처럼 내려왔다는 설이다.
3. 온달은 페르시아계 이민족 출신 자제이다.
살찐 다람쥐가 생각하는 가장 신빙성있는 설이다. 아예 온달이 고구려의 여러 토착민족이 아니라 아예 서역에서 넘어온 소그드인(이란계)이라는 설이다(아니면 이민 2세?). 당시 고구려는 원래부터 다민족 국가였고 세계 각국에서 온 사신들과 교역을 하는 굉장히 인터내셔널한 왕국이었다. 그 중에서도 이란계인 소그드인들이 많이 왕래하였고 동아시아 역사에서 소그드인들이 끼친 영향은 적지 않다. '안사의 난'으로 유명한 안록산도 소그드인 혼혈이라고 한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발굴된 궁전 벽화. 오른쪽 2명이 고구려인들이다.
이란계 인종이니 당연히 토착 고구려인들과 외모가 굉장히 달라 못생겼(이상하게 생겼?)다고 생각했을수도 있으며 페르시아 억양에 어눌한 고구려어를 구사하니 미디어가 없던 당시의 사람들이 얼핏보면 모자란다고 생각했을수도 있다.
(자국에서 엄청난 스펙의 소유자인 미국인들도 어눌한 한국어에 놀림감이 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한쿡말 배우러 와써요.)
살찐 다람쥐 평
아무튼 이러한 이유때문에 바보온달이라는 이미지가 생겼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저능아는 절대 아니라는 점이다. 평강공주를 만나 숨겨져있던 포텐을 터뜨렸고, 대내적으로나 대외적으로 엄청난 활약하여 고구려의 영웅으로 부상했으나 신라에게 뺏긴 땅을 되찾지 못하며 산화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남자 온달. 살찐 다람쥐는 포스팅하는 당일, 온달이 전사한 서울 아차산에 다녀오며, '바보 온달'이 아닌 고구려의 진정한 '영웅 온달'로 기억할 것이다.
울타리 뒤편이 아차산성 터, 관광객이 못가게 막아두었다.
아차산 위에서. 경치가 굉장히 좋다.
아차산 정상에서 살찐 다람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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